이성수의 이슬람 문화 바로알기-22

하람(Haram, 금지)과 할랄(Halal, 허용)

한국사람들이 이슬람의 관습 중에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이슬람교도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느냐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이슬람에 대하여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반드시 나오는 이야기가 이슬람교도들 즉 무슬림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데 왜 그 맛있는 돼지고기를 무슬림들이 먹지 않느냐에 대하여 궁금해 한다는 점이다.

한국인들이야 당연히 돼지고기를 비롯하여 개고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고기를 먹지만 무슬림들이 어떤 종류의 고기를 어떻게 먹는지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물론 요즈음에 동남아시아의 무슬림들이 한국사회에 많이 들어와 있어 과거에 비해 무슬림들에 대하여 관심이 많이 높아지기는 했다. 그러나 이들 무슬림들과 어울리면서도 이들의 음식문화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한국에서 잡은 쇠고기를 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실한 무슬림들은 한국에서 나는 쇠고기와 양고기도 거의 먹지 않는다. 왜 그러면 이들은 쇠고기마저 먹지않는 것일까?(물론 덜 종교적인 동남아시아 무슬림들은 한국에서 쇠고기나 양고기 심지어는 돼지고기를 먹기도 한다.)

먼저 무슬림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데 왜 먹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당연히 꾸란에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꾸란에서 돼지고기를 금지하는 것일까? 꾸란에서는 특별히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고기와 먹을 수 없는 고기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해 놓았다. 꾸란에서는 ‘발굽이 두 쪽으로 갈라져 있고,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을 먹을 수 있다고 하였다.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이란 반추동물, 즉 위가 3-4개인 동물들을 의미한다. 소, 염소, 양 등이 이에 속한다. 물론 낙타도 마찬가지로 먹을 수 있다. 또한 발톱이나 이빨로 먹이를 잡는 들짐승(호랑이, 늑대, 표범 등)도 먹을 수 없으며, 설치류, 파충류, 벌레 등을 먹이로 하는 모든 날짐승(매, 독수리, 까마귀) 등도 먹을 수 없다.

그러면 다시 돼지고기로 돌아가 보자. 돼지는 발굽이 두쪽으로 갈라져 있지만, 돼새김질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당연히 먹을 수 없다. 돼지고기로 만든 제품(소시지 햄 등)도 먹을 수 없다. 그러면 한국에서 잡은 쇠고기와 양고기는 왜 먹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할랄(Hala)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이 잘못알고 있는 것 중에 무슬림들은 쇠고기나 염소고기는 먹는다고 알기 때문에 무슬림들에게 이들 고기를 권하지만 이슬람에서 모든 고기는 ‘할랄’된 고기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할랄(허용)이란 알라께 ‘허락’을 받아 이슬람식 도살법으로 ‘알라의 이름으로’ 인간이 직접 숨통을 끊어 잡은 고기를 뜻한다. 따라서 아무리 쇠고기나 양고기라 하더라도 자연사한 고기나, 병걸린 고기 등은 먹을 수 없다. 그것은 이슬람에서 ‘금지’되는 하람(Haram)이기 때문이다. 물론 돼지고기는 하람이다. 또한 하람에는 포도주, 증류주, 독주 등 인간을 취하게 하는 모든 술을 금지하고 있다. 그 외에도 도박과 무익한 스포츠 등도 금지하며, 모든 혼외 선관계와, 유혹하는 몸짓, 성욕을 자극하거나 은연중에 음란행위로 이끄는 태도와 몸짓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이성수, 부산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 교수, 국제지역통상연구원장, 2010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