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국내에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은 항상 불평등의 대상이다. 그렇다면 정작 우리가 해외에서 맺은 SOFA는 어떨까. 아쉽게도 해외 파병부대 성과의 이면에는 한·미 간 SOFA보다 심한 불평등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국제 안보분야 기여도에 관한 공신력 있는 조사에서 매년 최하위권에 머무는 현실이 이를 대변한다. 나라의 국격이 높아지면서 국제사회에서 이에 걸맞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주문이 커지고 있다.

◆주둔국과 맺은 불평등한 SOFA 많아

SOFA는 다른 나라에 군을 주둔시킬 때 발생할 수 있는 민·형사상 문제, 출입국, 통관·관세 등을 규정하기 위해 맺는 조약이다.

군 관계자는 29일 "국내에서는 한·미 SOFA에 관해서만 불평등하다는 주장이 많지만 실제로 우리가 해외에 나갈 때도 미국 수준의 협정을 맺는다"면서 "면책특권이 모든 장병에게 주어지는 사례가 많아 간혹 현지에서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이를 악용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는 그해 4월부터 올 1월까지 과속과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만 71건이 적발돼 783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부대는 납부를 미루다가 차량 운행이 중단되자 그제서야 과태료를 물었다. UAE와 맺은 주둔군 지위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따라 우리 군이 현지 사법기관에 처벌을 받지 않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군 소식통은 "UAE와 맺은 MOU는 대외비지만 우리가 통상 맺는 SOFA 수준인 비엔나협약에 따른 면책특권을 적용받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2003년 4월 우리가 쿠웨이트와 맺은 SOFA에는 외교관에게 주어지는 면책특권을 전 장병에게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또 2002년 키르기스스탄과의 SOFA에도 면책특권과 더불어 군과 관련된 차량 및 항공기의 영공통과나 영토통과요금 등을 내지 않는다는 조항 등 상대국 입장에서 불평등한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파병부대 해외에서도 인정받아야

미국 싱크탱크 세계개발기구(CGD)가 최근 발표한 개발공헌지수(CDI) 보고서에 따르면 안보분야에서 우리나라는 27개 조사 대상국 중 26위로 나타났다. 2008년 처음 CDI 조사에 포함된 이후부터 계속 최하위권이다.

아프간, 레바논, UAE, 아이티 등 15개 국가에 1400여명의 병력을 파병하고 있지만 정작 국제사회에서는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관심도 저조한 편이다. 한 국제기구 관계자는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지만 이에 대한 노력을 찾아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CDI 보고서는 유엔 평화유지 예산에 대한 기여도와 작전에 대한 인력 기여도, 해군 함대의 무역항로 배치, 안보조약 비준 유무 등을 종합 평가한다.

조병욱 기자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