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60대 구매… 美·유럽 3社 경합문화일보|한강우기자|입력2012.10.29 14:01|수정2012.10.29 14:21

8조3000억 원을 들여 한국 공군이 운용할 차기 전투기 60대를 구매하려는 F-X 3차 사업은 2020년부터 2050년까지 30년 이상 한반도의 안보와 영공 안전을 담보하는 창군 이래 최대 규모의 무기도입 사업이다. F-X 사업은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1990년대 초 국방부가 "미래 30년 후(2020년)가 되면 전투기 120대 이상이 부족할 것"이라는 상황을 인식하게 되면서 1993년 '차세대 전투기(F-X)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당시 공군이 운용중이던 전투기 F-16과 F-4, F-5로는 북한 공군을 제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초 120대를 구매하려던 F-X 사업은 1996년 80대로 축소되고,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규모가 또 줄면서 2002년 1차로 40대만 구매했다. 이후 2007년 F-X 2차 사업에서 20대를 추가로 들여왔으나 기본 계획에서는 여전히 60대가 부족했다. 이 부족분 60대를 도입하려는 것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방위사업청의 F-X 3차 사업이다. F-X 3차 사업은 공군의 F-4, F-5 등을 대체할 전투기 60대를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도입, 실전 배치하게 된다. 총 사업비 8조3000억 원. 1, 2차 총 사업비를 합친 금액보다 더 많다.

이런 F-X 3차 사업은 현재 FMS 거래 방식의 록히드마틴(F-35)과 일반 DCS(상업구매) 방식의 보잉(F-15SE),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유로파이터) 등 3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 7월 5일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으며 오는 11월 도입 기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방위사업청과 공군은 지난 8월 5일부터 F-15SE를 시작으로 유로파이터, F-35 등 3개 기종에 대한 현지 평가를 지난 20일까지 모두 마무리했다. 하지만 현지 평가는 F-35의 경우 겨우 20% 가량만 개발된 데다 F-15SE는 아예 개발조차 되지 않아 '실체 없는 전투기'를 대상으로 제대로 된 평가 목록조차 없이 진행됐는가 하면 각 기종에 대한 평가보고서조차 작성하지 못한 채 미국과 유럽을 오가면서 평가가 이뤄져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1차 사업 당시 8개월 동안 평가목록 작성과 현지평가, 그리고 현지 평가 결과 보고서를 꾸며 이를 바탕으로 협상을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3차 사업은 초스피드로 진행됐다는 지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평가를 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협상도 진행된다. 하지만 평가결과가 없다보니 1차에서 8개월 동안 진행된 협상도 이번에는 2개월 2주동안 계약조건 2~3차례, 성능 2~3차례, 가격입찰 1차례, 엔진 2차례, 무장 1차례 등 '초간편 협상'뿐이다. 1대에 1500억 원이 훌쩍 넘는 전투기 구매 사업이 사업 제안서 제출에서부터 평가와 보고서 작성에 이어 가격, 기술이전, 절충교역 등의 협상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8조3000억 원어치의 전투기 60대 도입사업이, 지난 5월 10일 제안서를 제출받아 조만간 기종 선정을 앞두고 있는 1조8384억 원어치의 대형 공격헬기(AHX) 36대 도입사업보다 진행이 더 빠르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으며 민주통합당은 물론 새누리당조차 F-X 3차 사업의 기종 결정을 차기 정부로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강우 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