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집트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 결과 무함마드 무르시(61) 당선이 확정되면서 이 후보가 소속된 무슬림형제단도 주목을 받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무르시의 당선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 그룹일 뿐 아니라 이집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야권 조직이다.

이슬람 학자인 하산 알 반나가 1928년 이집트에서 창설한 무슬림형제단은 일종의 이슬람 부흥운동 조직으로 출발했다. 이 단체는 80년 넘는 역사를 이어오면서 이집트뿐 아니라 알제리, 튀니지, 요르단, 수단 등지로 세력을 확장해 현대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가 지배하는 국가 설립을 목표로 하는 이 단체는 1954년 이집트의 최고 실권자이던 가말 압둘 나세르의 암살을 기도한 사건 이후 불법단체로 규정됐다.

1981년에 들어선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은 이 단체가 폭력투쟁 노선을 포기하자 탄압과 회유 정책을 병행하면서 일정 수준의 정치활동을 보장했고, 이에 따라 이 단체는 회원들을 무소속으로 출마시키는 방법으로 의회 진출을 시도했다.

무르시도 2000년대 국회의원에 당선될 당시 무소속이었다.

무슬림형제단은 2005년 총선에서 전체 하원 의석의 20%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 무바라크 정권을 긴장시키기도 했으나 2010년 치러진 총선에서는 정권의 탄압과 조직적인 선거부정 탓에 의석 대부분을 상실했다.

2년 전 무슬림형제단의 8대 최고 지도자로 선출된 모하메드 바디에는 무슬림형제단을 합법적인 정당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데 이어 회원들에게 다원주의를 존중하는 관용과 중용을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초 이집트 사상 초유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 정국을 맞아 무슬림형제단은 원리주의적 색깔을 지우면서 공개적인 정치 무대에 뛰어들었다.

실제 무슬림형제단은 여성에게 전신 가리개인 니캅을 강요할 의도가 없다고 밝히거나 1979년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체결한 평화협정을 존중한다는 태도를 내비쳤다.

또 미국을 적대시하는 이란의 시아파 신정체제와 달리, 수니파인 무슬림형제단은 미국 등 비교적 서방권에 온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지난해 아랍의 봄으로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하자 자유정의당을 창당하고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무슬림형제단은 무바라크가 물러난 직후 “대선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이런 입장을 번복하고 카이라트 알 샤테르 부대표를 대선 후보로 내세웠다.

그러나 샤테르가 테러지원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로 후보자격이 박탈되자 무르시를 지난 4월 대체 후보로 서둘러 내보냈다.

그는 비록 뒤늦게 대권 도전에 나섰지만, 이집트 최대 조직의 후원 아래 서민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했다.

현재 1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거느린 것으로 알려진 이 단체는 학교와 병원, 공장 등 서민들을 위한 복지, 생계지원 시설을 운영해 주로 노동자, 농민과 도시 저소득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