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상 최대 기록한 대일 무역적자 (서울=연합뉴스) 대일 무역역조는 참으로 넘을 수 없는 벽인가.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적자 규모가 줄어들기는 커녕 또다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한국은행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우리나라는 대 일본 수출이 128억3천만달러,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309억달러로 180억7천만달러의 무역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으로 대일 무역적자는 2008년에 171억달러로 역대 최고에 달한 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에는 124억달러로 감소했다. 올들어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대일 무역적자도 확대됐다. 이는 부품.소재 산업의 고질적인 대일 의존도 탓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이 증가할수록 수출품 생산에 필요한 일본산 부품.소재 수입이 덩달아 늘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이기 때문이다. 오는 15일로 광복 65주년을 맞지만 부품.소재 분야의 경제적 예속은 여전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상대적인 수출 확대에 힘입어 무역흑자가 일본을 사상 처음으로 추월하는 쾌거를 거뒀다. 하지만 일본과 수십년간 지속돼온 무역 불균형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근본 원인은 일본산 부품.소재를 들여다 국내산 부품.소재와 결합해 수출품을 만든 뒤 제3국에 내다 파는 수출산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일 무역적자의 70%가량이 부품.소재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구조적인 대일 역조를 단기간에 해결하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삼성경제연구소가 1980년 이후 한.일 교역을 분석해보니 우리나라의 수출이 1% 증가할 때 대일 수입도 0.96%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최근 이러한 경향은 더 심해져 지난해 2분기부터 1년 동안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33.1% 증가하는 사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은 38.6% 늘었다. 수출로 번 돈을 대일 무역적자를 메우는 데 쓰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엔화마저 초강세를 보이고 있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무역역조의 벽을 깨기 위해서는 결국 핵심 부품.소재의 자립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대일 수출을 늘리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부품.소재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골자는 오는 2018년까지 1조원을 투입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10대 핵심소재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60% 선인 핵심소재 기술 수준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1천억원 규모의 소재 전문펀드를 조성해 소재기업이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100대 수입 부품과 소재 중 각 10개를 골라 개발을 지원하는 자립화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과거에도 대일 역조 개선을 위한 대책 발표가 적지 않았지만 구호에 그쳤을 뿐이다. 부품.소재산업을 키우는 것은 대일 무역역조 해소 차원을 넘어 우리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세계 시장의 무한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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