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해운 갑부 이단 오퍼와 그의 부인 /로이터

이스라엘 해운 갑부 이단 오퍼와 그의 부인 /로이터

이스라엘 억만장자 부부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정책·행정대학원) 이사회에서 사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지지한 하버드대 학생 단체들에 대해 대학 측이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이스라엘 매체 더 마커를 인용해 “이스라엘 억만장자 이단 오퍼(Idan Ofer)와 그의 아내 바티아(Batia)가 하마스 성명 사태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이사회를 그만둘 것”이라고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단 오퍼는 유대계 해운 갑부 오퍼 가문(家門) 출신으로,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이스턴 퍼시픽 해운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가 운용 중인 화물선은 210척이다. 그는 또 XT해운과 특수화학물 운송 전문 회사 에이스 탱커스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이스라엘 주식회사(Israel Corp) 지분 51% 등을 보유 중이다. 포브스는 이단 오퍼의 순자산을 140억달러(약 19조)로 추정하고 있다. 이단 오퍼는 201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학생들을 위해 부친의 이름을 딴 펠로우십 장학금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오퍼 부부는 하버드대 학생 단체들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지지하고 이후 대학 측이 별도의 입장을 내는 과정에서, 대학 측의 조치에 특히 실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학생 단체나 하마스를 명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고 성명 발표도 뒤늦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앞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지난 7일 하버드대 35개 학생 단체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기습공격 등) 모든 폭력은 이스라엘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오늘의 (침공) 사건은 진공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가자지구의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야외 감옥’에서 살도록 강요당했다”며 “앞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폭력을 온전히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대학 지도부는 학생 단체들의 성명이 대학의 전체 입장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이번 주말 이스라엘 시민들을 겨냥한 하마스의 공격으로 촉발된 죽음과 파괴에 비통한 마음”이라고 발표했다. 대학 지도부의 이 같은 성명은 민간인을 살해한 하마스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은 지난 10일 후속 성명을 통해 “하마스의 잔학 행위를 비난한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지역에서 벌어진 오랜 분쟁에 대한 개인의 견해와 상관없이 혐오스러운 행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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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아는 이런 대학 측 입장에 대해 “대학 총장이 대학살의 책임을 이스라엘에 돌린 학생 단체의 성명을 비난하지 않는 충격적이고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하버드대 총장 클로딘 게이./ 로이터뉴스1

하버드대 총장 클로딘 게이./ 로이터뉴스1

하버드 학생들의 이스라엘 비난 성명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이스라엘인은 이단 오퍼만이 아니다. 이에 앞서 유대계 헤지펀드 거물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은 이 같은 성명에 서명한 학생들을 채용하지 않겠다며 “학생 모임 명단을 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유대계 자본 권력이 하버드대 학생들의 성명에 비판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스라엘에 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성명을 발표했던 34개 하버드 학생 모임 중 4개 모임이 입장을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