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 이후 사면초가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여당인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그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을 비난하는 결의안에 대거 찬성표를 던지고, 상원에서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결의안에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쿠르드족이 거주하는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철군을 강행하면서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주요 인사들을 거친 언사로 비난하면서 좌충우돌하고 있다.
미 하원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북부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을 비난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찬성 354표로 통과시켰다. 반대는 60표에 그쳤다. 이 결의안에 공화당 하원의원 12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공화당 출신 대통령의 핵심 정책에 공화당이 반대하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 결의안이 통과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의회 지도부와 회동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자들이 가시 돋친 설전을 했고, 펠로시 의장 등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펠로시 의장에게 ‘삼류 정치인’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펠로시 의장은 기자들에게 “대통령의 매우 심각한 멘털 붕괴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머 원내대표가 시리아 철군으로 이슬람국가(IS)가 재기할 것이란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의 최근 NBC방송 인터뷰 발언을 그대로 읽기 시작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가 세계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장군”이라며 슈머 대표의 말을 막았다고 외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를 조사하라고 압력을 가했다는 이유로 미 하원에서 탄핵 조사가 실시된 이후 여야 정치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나 이 회동이 파행으로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지도부와 중진 상원의원들과도 격돌했다.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통했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을 비판했고, 밋 롬니 상원의원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일행의 터키 방문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 한다”고 힐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르드족이 천사가 아니라며 러시아가 시리아를 도와도 괜찮다고 ‘마이 웨이’를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터키에 50기의 미국 핵무기가 배치된 사실을 공식화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부가 터키 인지를릭 공군기지에 있는 이 전술 핵무기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바보가 되지 말라”고 경고한 친서를 공개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