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이스라엘에 대해 핵무기 현황을 공개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도록 국제사회가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마노 사무총장은 지난달 7일 IAEA 151개 회원국 외교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이스라엘이 NPT에 가입하고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할 수 있는 있는 방법을 공유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편지는 5일 AP통신이 입수해 공개했다.
아마노 사무총장의 이 같은 서한이 공개됨에 따라 현재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8차 NPT 평가회의를 통해 이스라엘의 핵 문제가 논의의 중심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또한 핵군축·비확산 체제에 커다란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각국의 압력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 참가 중인
이슬람 국가 대표들은 지난 4일 기조연설을 통해 NPT가 약속한 '중동 비핵지대화'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들은 이스라엘이 핵무기 보유 사실을 숨긴 채 NPT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수백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은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간주돼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핵보유 여부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집트를 비롯해 1995년 중동결의를 주도한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비핵화와 NPT 가입을 중동 비핵지대 건설의 선결조건으로 요구 중이다.
핵 비보유국들의 거센 요구에 아마노 사무총장까지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이 문제에 대해 '원죄'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질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 40년간 이스라엘의 모호한 태도를 눈감아왔다. 이번 회의에서도 이스라엘의 핵보유는 묵인하면서 이란의 핵개발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처를 요구하는 '모순된 입장'을 어떻게 방어할지가 최대 과제로 꼽힌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도 이스라엘 핵 문제에 대해 원론적 수준에서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총회에서 이스라엘의 NPT 가입과 핵시설 사찰 수용 등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찬성 49, 반대 45, 기권 16으로 가결되는 등 국제적 압력이 가중되고 있어 미국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에 작심하고 참석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직설적 공격은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개막 첫날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이중적 태도를 맹비난한 데 이어 5일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ABC방송과의 회견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해 (핵을) 평화적 수단으로도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게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며 "우리는 종전 우리가 해왔던 대로 (평화적 목적의 핵개발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워싱턴 | 유신모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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