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 결과가 자동차 분야의 대폭 양보로 나타나면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최초 합의 내용을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정부가 양보한 내용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이 보도한 한미 FTA 추가협상 결과에 따르면 양국은 한국산 승용차에 대해 미국 측이 물리는 2.5%의 관세철폐 시한을 5년으로 연장키로 합의했다.

지난 2007년 4월 체결된 한미FTA 협상에서 3년 이내에 모두 없애기로 한 것에서 크게 늘어났다.

이번 협상에서는 긴급 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가 신설됐다. 관세철폐 후 10년동안 갑작스런 수입 증가가 있을 때 수입량을 제한하게 했다. 상대적으로 수출이 많은 우리 입장에서는 불리한 조항이다.

한국차의 급격한 수출증가로 미국 자동차 업계가 타격을 입을 경우 미국은 15년간(픽업트럭의 경우 20년간) 특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으로 수출되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조건도 완화됐다. 미국내 안전기준 통과 차량의 자가인증 허용범위를 연간 판매대수 6500대에서 2만5000대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또 한국은 미국산 승용차에 부과해 온 8%의 관세를 발효 즉시 전면 철폐하는 것에서 4%로 낮추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한국산 수입트럭에 대해 앞으로 8년간 25%의 관세를 부여하고 10년째 되는 해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으며, 한국은 미국산 트럭에 대한 관세 10%를 즉각 철폐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이 전해지자 국내 자동차 업계는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대미 수출에 상당부분 의존하는 국내 업체로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관세 철폐 시한이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전략도 수정될 전망이다. 관세를 피하기 위해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시장에 판매하는 차종에 대해 현지 생산을 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한국의 관세장벽 및 연비ㆍ배기가스 기준이 완화된 만큼 미국차의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 '빅3'인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모두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이들 업체의 국내 판매법인 대표들은 "시장이 열린 만큼 판매전략을 새롭게 세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국내 수입차 시장 규모가 작고 연비 좋은 차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성향을 감안할 때 미국차 판매가 단기간에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문호는 개방됐지만 실제 성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 역시 "연비가 뛰어나지 않은 미국차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한편 전기차와 관련해서는 추가합의서를 통해 한국은 관세를 10%에서 4%로 낮추고 5년째 되는 해까지 점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