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물난리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엄청난 인명 피해는 물론 농작물 작황이 타격을 받으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 조짐을 보이는 등 경제적 파장도 만만치 않다. 한쪽의 폭염이 반대쪽의 홍수를 유발시키고 있다는 게 기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남부와 중남미 곳곳은 이미 지난 2개월 사이 홍수의 재앙이 들이닥쳤다. 뉴욕 등 북미지역이 폭염에 휩싸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폭염까지 겹친 아시아에서는 지역적 집중호우와 태풍 '꼰선'이 중국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지를 휩쓸고 지나가면서 인명ㆍ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중국 북쪽은 폭염 피해가, 남쪽에선 홍수가 이어졌다. 후베이, 구이저우 등 남서부지역에선 폭풍우로 인한 홍수 피해로 99명의 사망자를 냈다.

유럽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서유럽지역에선 연일 찜통더위가 이어졌지만 동유럽에선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치렀다. 헝가리 슬로바키아 세르비아 루마니아에선 홍수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수많은 사람이 집을 잃었다.

◆ 美 남부와 중남미 폭풍우 강타

= 지난 5월 초 미국 테네시주에 100년 만의 폭우가 내린 것을 시작으로 올여름 홍수가 미국을 강타하고 있다. 당시 내슈빌에 약 380㎜의 폭우가 쏟아져 내슈빌 다운타운 저지대와 컴벌랜드강 일대가 물에 잠기고, 고속도로가 폐쇄됐다. 호텔 투숙객과 양로원 거주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지난달 11일 아칸소주 야영지에 200㎜ 이상 폭우가 쏟아져 20여 명이 사망했고 70여 명이 실종됐다. 지난 8일에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가로지르는 리오그란데강이 폭우로 9ｍ 이상 범람해 저지대에 사는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중남미에서는 열대성 폭풍우인 '애거시'의 피해가 컸다. 과테말라 재난국은 지난달 초 애거시로 인해 275명의 사망ㆍ실종자가 발생한 데 이어 또다시 대규모 폭풍이 근접하자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과테말라에서는 열대성 폭풍우가 지나간 다음 시내에 지름 20ｍ, 깊이 30ｍ의 초대형 지반 침하 구멍이 생겼으며, 호우 영향으로 추가적인 지반 침하를 우려하고 있다.

◆ 중국 양쯔강 범람 위기

= 중국은 중남부에 쏟아진 폭우로 양쯔강이 범람 위기에 처하면서 1998년 대홍수 이후 사상 최악의 재난이 우려되고 있다.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도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다. 사망자가 150여 명에 이르고 40여 명이 실종된 데다 130만명이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수로 인한 이재민만 8000만명에 육박한다.

중국 중남부지역에 열흘 넘게 폭우가 집중되면서 쓰촨성에서는 산사태 등으로 지난주 말 최소 18명이 숨졌고, 18명이 실종됐는가 하면 1만20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인근 충칭시에도 하루 만에 96㎜에 달하는 폭우가 내려 마을 3곳이 물에 잠겼고, 주민 300여 명이 고립됐다.

태풍 꼰선이 필리핀 북동부 퀘존 지방에 상륙한 지난 13일 이후 폭우가 집중되면서 필리핀에서도 65명이 숨지고 87명이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속 150㎞ 강풍을 동반한 폭우로 재산 피해도 속출해 4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북부에서도 태풍으로 7명이 실종됐고, 주민 15만명이 긴급 대피했다.

◆ 동유럽, 수십 년래 최악 홍수

=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헝가리 슬로바키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등 국가들은 폭우 때문에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폭우에 따른 홍수로 루마니아에서는 모두 23명, 슬로바키아에서는 12명이 각각 숨졌다. 수만 명의 주민이 범람한 강물을 피해 대피했다. 지난 5월 말에는 폴란드 남부에 홍수가 발생해 5명이 목숨을 잃었고 2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홍수 피해가 잦아든 동유럽은 올여름 모기떼와 전쟁을 벌여야 할 처지다.

서유럽도 홍수에서 안전하지 않았다. 프랑스는 지난달 홍수로 최소 22명이 사망했고 10만가구 이상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 프랑스 정부는 6월 중순 남부지방에서 발생한 홍수에 고립된 사람들을 헬기와 보트를 통해 1500명 이상 구조했다.

[베이징 = 장종회 기자 / 뉴욕 = 김명수 특파원 / 서울 = 윤원섭 기자]